피렌체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마리오 로체타(Mario Incisa della Rocchetta)는 승마를 좋아해 보르도에 자주 방문했다. 승마 후 항상 보르도 와인을 마시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가문이 소유한 땅과 보르도의 토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44년 그는 토스카나 서쪽 해안가 땅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다. 이후 '볼게리(Bolgheri)'라고 불리던 이 지역의 전설이 시작됐다.
2001년 볼게리에 또 다른 인물이 도착했다. 이탈리아 5대 와이너리라고 손꼽히는 알레그리니의 6대손, 마리리사 알레그리니(Marilisa Allegrini)였다. '레이디 아마로네(Lady Amarone)'라고 불리며 발폴리첼라에서 40년간 알레그리니를 이끌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볼게리를 찾았다. 이 지역에 매료된 마리리사는 '보물의 언덕'이라는 뜻의 포지오 알 테소로(Poggio al Tesoro)를 설립하고, 그가 꿈꾸던 새로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리리사는 이탈리아 여성 와인메이커로는 처음으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표지를 장식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포지오 알 테소로는 볼게리에서 4번째로 큰 와이너리로 성장했고 최고의 볼게리 와인 중 하나인 손드라이아(Sondraia)와 더블유(W)를 생산하고 있다.
[마리리사와 남편 지안카를로(Giancarlo), 현재 와이너리 운영을 함께 하고 있는 두 딸 카테리나(Caterina)와 카를로타(Carlotta),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볼게리는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일단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 하루종일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햇살도 따사로워 포도가 풍족하게 익을 수 있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바로 토양에 있다. 해변가로 갈수록 모래와 진흙이 많은데 여기는 베르멘티노나 메를로 같은 품종에 적합하다. 볼게리 마을 동쪽에는 산이 이어지는데, 이 산에는 특히 철분 등의 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고 돌이 많아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카베르네 프랑 같은 품종이 잘 자란다. 포지오 알 테소로는 해변가와 산 주변에 총 4개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면적은 100헥타르에 달한다.
지난 10월 28일, 포지오 알 테소로의 세일즈 디렉터 사베리오 드 루카(Saverio de Luca)가 한국을 찾았다. 국내 수입사인 에노테카코리아가 주최한 시음회에서 그와 함께 4종류의 와인을 시음하며 포지오 알 테소로의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지오 알 테소로의 세일즈 디렉터 사베리오 드 루카]
포지오 알 테소로 솔로솔레 Poggio al Tesoro Solosole 2022
마리리사가 2001년 볼게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훌륭한 화이트 와인도 만들고 싶었다. 이 지역에 가장 널리 자라고 있던 토착 화이트 품종은 베르멘티노(Vermentino)였다. 하지만 기존 품종으로는 평범한 수준의 화이트 와인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 곳을 살피다가 코르시카섬에 자생하던 베르멘티노를 발견했다. 코르시카섬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클론을 가져와 볼게리 해변가에 심고, 이 해변가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단 하나의 햇살'이라는 의미의 솔로솔레(Soloso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동초 같은 하얀 꽃 향에 잘 익은 노란 자두, 사과의 과실 풍미가 고스란히 입안에 퍼지고 피니시의 미네랄리티도 상당하다. 좋은 밭에서 나온 샤블리 같은 깔끔하면서도 진한 느낌이 있으면서 베르멘티노 특유의 꽃향이 예쁘다. 거기에 아몬드, 꿀향, 약간의 페트롤 향까지 느껴진다. 사베리오는 솔로솔레가 숙성 잠재력이 엄청난 화이트 와인이라고 소개하며 셀러에 넣은 뒤 5년, 10년 후에 마셔보면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크리미한 텍스처에 리슬링의 숙성 향까지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참고로 제임스 서클링이 올해 토스카나의 5대 베르멘티노 와인을 선정했는데 솔로솔레가 1위에 올랐다.
[볼게리의 풍경. 따뜻한 햇살, 바다, 바람, 토양은 볼게리의 특징을 만드는 4요소다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포지오 알 테소로 일 세지오 Poggio al Tesoro Il Seggio 2020
2014년 볼게리는 무척 힘든 빈티지였다. 손드라이아를 생산하는 포도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마리리사는 큰 결정을 내렸다. 8만 병가량 만들던 손드라이아를 3만 병으로 줄이고, 남은 포도로 새로운 와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와인의 이름은 포도밭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강의 이름을 따 '일 세지오'라고 불렀다. 볼게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작은 강이자 와이너리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냇물이었다. 레이블에도 일 세지오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담았다.
새롭게 출시된 일 세지오는 손드라이아의 세컨드 와인이지만, 와인의 품질은 세컨드급이 아니었다. 출시된 직후 단번에 <디캔터(Decanter)>에서 98점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생산된 일 세지오는 이제는 포지오 알 테소로의 베스트셀링 와인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0년 빈티지는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20%, 카베르네 프랑 20%, 프티 베르도 10% 블렌딩으로 검붉은 베리와 다양한 향신료 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타닌은 무척 부드러우며 깔끔한 스타일에 마시기에도 편하다. 세컨드 와인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멋진 와인이다.
포지오 알 테소로 손드라이아 Poggio al Tesoro Sondraia 2019
포지오 알 테소로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볼게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 아래 포도밭에서 자라는 포도 중 매년 최고의 포도만을 선별해 생산한다. 이 부근은 볼게리의 핵심 지역으로, 다른 볼게리의 유명 생산자인 오르넬라이아(Ornellaia),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 등의 포도밭도 모두 이 근처에 위치한다. '손드라이아'는 오래전부터 이 포도밭이 위치한 지역을 부르던 이름으로, 포지오 알 테소로의 중심이 되는 포도밭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2019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25%, 카베르네 프랑 10%이 사용됐다. 제일 먼저 한껏 피어오르는 세이지, 로즈메리, 그린 페퍼 등 다양한 허브향이 특징적이다. 그 아래로 매우 잘 익은 자두와 검붉은 베리향이 가득하다. 새오크와 두 번째 사용한 오크를 반절씩 사용해 18개월 동안 숙성해 오크 뉘앙스가 풍족하게 녹아 있으며, 약간의 시가와 가죽향도 느껴진다.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주며 텍스처가 부드럽고 피니시도 상쾌하다.
[포도밭 가운데에는 월터를 기리는 나무가 서 있다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포지오 알 테소로 더블유 Poggio al Tesoro W 2017
2001년 마리리사는 오빠인 월터(Walter)와 함께 볼게리를 찾았다. 농학자였던 월터는 각 토양을 세세하게 조사하고 그에 맞는 포도 품종을 식재해 포지오 알 테소로의 시작을 굳건하게 다졌다. 하지만 2년 후 자신이 심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보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리리사는 그를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더블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언덕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최고 품질의 카베르네 프랑만을 사용해 만드는 와인으로, 베스트 빈티지에만 한정적으로 생산한다.
손드라이아와는 또 다른 종류의 토마토잎 같은 허브향이 느껴지며, 전체적인 향은 훨씬 어둡고 진중하다. 진한 발사믹 노트가 특징적이며 맛 또한 집중돼 있고 향신료 느낌 역시 강하다. 시간이 지나면 향이 훨씬 다양해지는데, 카베르네 프랑만으로 이런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최근 볼게리 카베르네 프랑의 품질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매년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현재 볼게리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이 나오는 지역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도 이 와인은 볼게리에서 레 마키올레의 팔레오(Paleo)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된 선구자적 카베르네 프랑 100% 와인으로, 닥터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 다니엘레 체르닐리(Daniele Cernilli)는 올해 이 와인을 이탈리아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으로 꼽은 바 있다.
[포지오 알 테소로 와인]
수많은 와인 산지 중 볼게리 와인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사베리오는 무엇보다 요즘 세대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보르도 품종의 품질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파 밸리나 보르도 메독의 와인들은 출시 후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 제법 필요한 반면, 볼게리는 토양의 특성 때문에 이미 마시기 좋은 상태로 출시된다. 물론 5년, 10년을 기다린다면 더욱 다양한 풍미가 나타난다. 즉, 지금 바로 맛있게 마실 수 있으면서 숙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볼게리 와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볼게리 와이너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볼게리의 명성을 만드는 힘이다.
현재 볼게리에는 70여 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 사베리오는 그중 포지오 알 테소로의 장점에 대해 일단 한 병만 마셔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별한 포도밭, 특별한 가문, 특별한 포도 재배와 와인메이킹 기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드는 품질이 포지오 알 테소로의 특별함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한다면, 포지오 알 테소로 와인의 특징은 '강렬한 우아함'이었다. 어쩌면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단어를 시음한 모든 와인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리리사의 볼게리에 대한 사랑, 그리고 품질에 대한 한결같은 고집이 만들어낸 포지오 알 테소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될 듯하다.
기사 원문 :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20150
피렌체의 부유한 가문 출신인 마리오 로체타(Mario Incisa della Rocchetta)는 승마를 좋아해 보르도에 자주 방문했다. 승마 후 항상 보르도 와인을 마시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가문이 소유한 땅과 보르도의 토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44년 그는 토스카나 서쪽 해안가 땅에 카베르네 소비뇽을 심었다. 이후 '볼게리(Bolgheri)'라고 불리던 이 지역의 전설이 시작됐다.
2001년 볼게리에 또 다른 인물이 도착했다. 이탈리아 5대 와이너리라고 손꼽히는 알레그리니의 6대손, 마리리사 알레그리니(Marilisa Allegrini)였다. '레이디 아마로네(Lady Amarone)'라고 불리며 발폴리첼라에서 40년간 알레그리니를 이끌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볼게리를 찾았다. 이 지역에 매료된 마리리사는 '보물의 언덕'이라는 뜻의 포지오 알 테소로(Poggio al Tesoro)를 설립하고, 그가 꿈꾸던 새로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리리사는 이탈리아 여성 와인메이커로는 처음으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의 표지를 장식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포지오 알 테소로는 볼게리에서 4번째로 큰 와이너리로 성장했고 최고의 볼게리 와인 중 하나인 손드라이아(Sondraia)와 더블유(W)를 생산하고 있다.
[마리리사와 남편 지안카를로(Giancarlo), 현재 와이너리 운영을 함께 하고 있는 두 딸 카테리나(Caterina)와 카를로타(Carlotta),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볼게리는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일단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 하루종일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햇살도 따사로워 포도가 풍족하게 익을 수 있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바로 토양에 있다. 해변가로 갈수록 모래와 진흙이 많은데 여기는 베르멘티노나 메를로 같은 품종에 적합하다. 볼게리 마을 동쪽에는 산이 이어지는데, 이 산에는 특히 철분 등의 금속이 많이 함유돼 있고 돌이 많아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카베르네 프랑 같은 품종이 잘 자란다. 포지오 알 테소로는 해변가와 산 주변에 총 4개 포도밭을 가지고 있으며 면적은 100헥타르에 달한다.
지난 10월 28일, 포지오 알 테소로의 세일즈 디렉터 사베리오 드 루카(Saverio de Luca)가 한국을 찾았다. 국내 수입사인 에노테카코리아가 주최한 시음회에서 그와 함께 4종류의 와인을 시음하며 포지오 알 테소로의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지오 알 테소로의 세일즈 디렉터 사베리오 드 루카]
포지오 알 테소로 솔로솔레 Poggio al Tesoro Solosole 2022
마리리사가 2001년 볼게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훌륭한 화이트 와인도 만들고 싶었다. 이 지역에 가장 널리 자라고 있던 토착 화이트 품종은 베르멘티노(Vermentino)였다. 하지만 기존 품종으로는 평범한 수준의 화이트 와인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 곳을 살피다가 코르시카섬에 자생하던 베르멘티노를 발견했다. 코르시카섬의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클론을 가져와 볼게리 해변가에 심고, 이 해변가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단 하나의 햇살'이라는 의미의 솔로솔레(Soloso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동초 같은 하얀 꽃 향에 잘 익은 노란 자두, 사과의 과실 풍미가 고스란히 입안에 퍼지고 피니시의 미네랄리티도 상당하다. 좋은 밭에서 나온 샤블리 같은 깔끔하면서도 진한 느낌이 있으면서 베르멘티노 특유의 꽃향이 예쁘다. 거기에 아몬드, 꿀향, 약간의 페트롤 향까지 느껴진다. 사베리오는 솔로솔레가 숙성 잠재력이 엄청난 화이트 와인이라고 소개하며 셀러에 넣은 뒤 5년, 10년 후에 마셔보면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크리미한 텍스처에 리슬링의 숙성 향까지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참고로 제임스 서클링이 올해 토스카나의 5대 베르멘티노 와인을 선정했는데 솔로솔레가 1위에 올랐다.
[볼게리의 풍경. 따뜻한 햇살, 바다, 바람, 토양은 볼게리의 특징을 만드는 4요소다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포지오 알 테소로 일 세지오 Poggio al Tesoro Il Seggio 2020
2014년 볼게리는 무척 힘든 빈티지였다. 손드라이아를 생산하는 포도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자, 마리리사는 큰 결정을 내렸다. 8만 병가량 만들던 손드라이아를 3만 병으로 줄이고, 남은 포도로 새로운 와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와인의 이름은 포도밭을 따라 흐르는 작은 강의 이름을 따 '일 세지오'라고 불렀다. 볼게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작은 강이자 와이너리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냇물이었다. 레이블에도 일 세지오의 구불구불한 모습을 담았다.
새롭게 출시된 일 세지오는 손드라이아의 세컨드 와인이지만, 와인의 품질은 세컨드급이 아니었다. 출시된 직후 단번에 <디캔터(Decanter)>에서 98점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생산된 일 세지오는 이제는 포지오 알 테소로의 베스트셀링 와인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20년 빈티지는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20%, 카베르네 프랑 20%, 프티 베르도 10% 블렌딩으로 검붉은 베리와 다양한 향신료 향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타닌은 무척 부드러우며 깔끔한 스타일에 마시기에도 편하다. 세컨드 와인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멋진 와인이다.
포지오 알 테소로 손드라이아 Poggio al Tesoro Sondraia 2019
포지오 알 테소로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볼게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 아래 포도밭에서 자라는 포도 중 매년 최고의 포도만을 선별해 생산한다. 이 부근은 볼게리의 핵심 지역으로, 다른 볼게리의 유명 생산자인 오르넬라이아(Ornellaia), 테누타 산 귀도(Tenuta San Guido) 등의 포도밭도 모두 이 근처에 위치한다. '손드라이아'는 오래전부터 이 포도밭이 위치한 지역을 부르던 이름으로, 포지오 알 테소로의 중심이 되는 포도밭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2019년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25%, 카베르네 프랑 10%이 사용됐다. 제일 먼저 한껏 피어오르는 세이지, 로즈메리, 그린 페퍼 등 다양한 허브향이 특징적이다. 그 아래로 매우 잘 익은 자두와 검붉은 베리향이 가득하다. 새오크와 두 번째 사용한 오크를 반절씩 사용해 18개월 동안 숙성해 오크 뉘앙스가 풍족하게 녹아 있으며, 약간의 시가와 가죽향도 느껴진다.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주며 텍스처가 부드럽고 피니시도 상쾌하다.
[포도밭 가운데에는 월터를 기리는 나무가 서 있다 (출처: 포지오 알 테소로)]
포지오 알 테소로 더블유 Poggio al Tesoro W 2017
2001년 마리리사는 오빠인 월터(Walter)와 함께 볼게리를 찾았다. 농학자였던 월터는 각 토양을 세세하게 조사하고 그에 맞는 포도 품종을 식재해 포지오 알 테소로의 시작을 굳건하게 다졌다. 하지만 2년 후 자신이 심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보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리리사는 그를 기리기 위해 2003년부터 '더블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언덕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최고 품질의 카베르네 프랑만을 사용해 만드는 와인으로, 베스트 빈티지에만 한정적으로 생산한다.
손드라이아와는 또 다른 종류의 토마토잎 같은 허브향이 느껴지며, 전체적인 향은 훨씬 어둡고 진중하다. 진한 발사믹 노트가 특징적이며 맛 또한 집중돼 있고 향신료 느낌 역시 강하다. 시간이 지나면 향이 훨씬 다양해지는데, 카베르네 프랑만으로 이런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최근 볼게리 카베르네 프랑의 품질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매년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현재 볼게리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이 나오는 지역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도 이 와인은 볼게리에서 레 마키올레의 팔레오(Paleo)에 이어 두 번째로 생산된 선구자적 카베르네 프랑 100% 와인으로, 닥터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 다니엘레 체르닐리(Daniele Cernilli)는 올해 이 와인을 이탈리아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 와인으로 꼽은 바 있다.
[포지오 알 테소로 와인]
수많은 와인 산지 중 볼게리 와인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사베리오는 무엇보다 요즘 세대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사실을 먼저 언급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보르도 품종의 품질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파 밸리나 보르도 메독의 와인들은 출시 후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 제법 필요한 반면, 볼게리는 토양의 특성 때문에 이미 마시기 좋은 상태로 출시된다. 물론 5년, 10년을 기다린다면 더욱 다양한 풍미가 나타난다. 즉, 지금 바로 맛있게 마실 수 있으면서 숙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볼게리 와인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볼게리 와이너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볼게리의 명성을 만드는 힘이다.
현재 볼게리에는 70여 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 사베리오는 그중 포지오 알 테소로의 장점에 대해 일단 한 병만 마셔보면 그 이유를 알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별한 포도밭, 특별한 가문, 특별한 포도 재배와 와인메이킹 기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드는 품질이 포지오 알 테소로의 특별함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한다면, 포지오 알 테소로 와인의 특징은 '강렬한 우아함'이었다. 어쩌면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단어를 시음한 모든 와인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마리리사의 볼게리에 대한 사랑, 그리고 품질에 대한 한결같은 고집이 만들어낸 포지오 알 테소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될 듯하다.
기사 원문 :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2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