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적군이 출현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봉화' 시스템을 사용했다. 산 위 봉화대 아궁이에 불을 때며 적군이 얼마나 가까이 왔느냐에 따라 횟수를 달리해 신호를 전했다. 가장 북쪽인 함경도에서 한양까지 메시지가 전달되는 데 약 12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니 상당히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 시스템이었다. 이런 방식은 전 세계에서 사용됐고 오랫동안 발전했다. 1792년 프랑스에서 클로드 샤프(Claude Chappe)가 발명한 텔레그라프(Telegraph)는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사용될 정도로 널리 퍼졌다. 텔레그라프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통신 수단의 발전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1891년 프랑스 남부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브루니에(Brunier) 가문이 조성하기 시작한 포도밭에는 샤프의 텔레그라프 타워가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발전된 시스템이 나온지라 이 타워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브루니에 가문은 와이너리 이름을 '오래된 전신'이라는 뜻의 '비유 텔레그라프(Vieux Télégraphe)'로 지었다.

['오래된 전신'이라는 뜻의 비유 텔레그라프. 라벨에도 전신탑이 그려져 있다 (제공: 에노테카 코리아)]
봉화대도 그렇지만 텔레그라프 타워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나 고원지대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브루니에 가문의 포도밭 또한 높은 고원인 라 크로우(La Crau)에 있었는데, 이 고원은 현재까지도 샤토네프 뒤 파프 최고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조약돌인 갈레(Galets)가 가득 덮여있지만 그 아래에는 적당량의 황토가 있다. 또한 미스트랄 등의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 바람이 포도에 곰팡이나 바이러스의 피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뜨겁기로 유명한 이 지역의 열기도 상대적으로 식혀준다.
라 크로우에서 생산하는 비유 텔레그라프의 와인은 오랫동안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는 가문의 6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아 가족 와이너리로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10일, 브루니에 가문의 6대손으로 현재 CEO를 맡고 있는 니콜라 브루니에(Nicolas Brunier)와 함께 비유 텔레그라프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이번 테이스팅은 국내 수입사인 에노테카코리아가 마련했다.

[비유 텔레그라프 CEO, 니콜라 브루니에]
비유 텔레그라프의 가장 큰 특징은 라 크로우라는 뛰어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양조 방식에서도 다른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이너리와 구별된다. 첫째, 와인에 새 오크의 뉘앙스를 최소화한다. 만일 새 오크를 써야 한다면 오히려 엔트리급 와인에서 사용하고, 플래그십 와인에서는 사용한 오크 혹은 커다란 푸드르를 사용한다. 6천 리터의 거대한 푸드르도 양조에 사용하고 있다. 라 크로우 테루아의 뛰어난 개성을 와인에 잘 표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오크 뉘앙스는 테루아가 아닌 나무 배럴에서 만들어지는 아로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포도나무 줄기를 양조에 상당히 많은 분량인 40% 가량 사용한다는 점이다. 줄기 또한 포도나무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또한 테루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줄기를 잘못 사용하면 와인에 채소 같은 향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된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이렇게 줄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수령이 70년 이상인 포도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고령의 포도나무 줄기에서는 미묘한 허브 향이나 와인에 복합성을 더하는 다양한 뉘앙스가 표현된다.
긴 추출 시간 또한 비유 텔레그라프의 중요한 특징이다. 6-10일 정도의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에는 품종에 따라 무려 25-35일 동안 와인을 가만히 놓아두고 자연스러운 추출이 일어나게 한다. 이렇게 긴 시간 추출하면 타닌 등 너무 많은 성분이 추출돼 와인이 너무 강해질 위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문에서 내려온 기술력으로 추출 시 온도 조정을 섬세하게 하고, 양조 시설에 중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자연스럽게 추출이 이뤄지게 한다.
포도 선별 과정을 수확할 때 포도밭에서 한 번, 와이너리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발효 직전에서 한 번 총 3번 수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양조에 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위로 원하는 품질의 줄기와 함께 포도를 자르는데, 최대한 좋은 품질의 포도만 사용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조 방식 하나하나가 고유의 와인 스타일을 만든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와인으로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다.
니콜라 브루니에는 현재 CEO을 맡고 있으면서 누나, 사촌과 함께 모든 양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5세대인 아버지와 삼촌에게 전통을 배우며 가문의 와인 양조 방식을 지키고 있다. 물론 젊은 와인메이커로서 디테일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개선을 시도하고 있어 와인의 품질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5종의 비유 텔레그라프 와인들]
레 파이에르 지공다스 레 테라스 뒤 디아블(Les Pallieres Gigondas 'Les Terrasse du Diable') 2021
브루니에 가문은 샤토네프 뒤 파프 북동쪽에 위치한 지공다스(Gigondas)에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랜 추출 및 줄기 사용 등 동일한 양조 방식을 사용해 오직 테루아의 차이만 보여주고자 하는 비유 텔레그라프의 철학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그르나슈의 특징인 바이올렛 향과 함께 자두와 체리 향이 달콤하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은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지만 숙성잠재력도 상당해 보인다. 와인 이름은 '악마의 테라스'라는 뜻인데, 포도밭이 워낙 경사도가 높은 곳에 있어 예전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텔레그램(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Telegramme) 2021
'전보'라는 이름의 와인으로, 상대적으로 어린 포도로 만든다. 포도 줄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줄기는 모두 제거한다. 비유 텔레그라프의 입문용으로 가장 추천하는 와인으로 테루아에서 오는 하얀 꽃, 체리, 딸기 등 붉은 과실의 맛이 잘 표현돼 어릴 때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와인에 지배적인 향이 있는데, 가리그라고 불리는 덤불향으로 남부 론 와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피에롱(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Piedlong) 2021
피에롱(Piedlong)은 라 크로우에서 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또 다른 고원이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아래 토양의 성분이 달라 상당히 다른 풍미의 와인이 나온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자랑하는 또 다른 와인으로, 바이올렛을 비롯한 꽃향이 드라이하면서도 풍부하다. 라 크로우와 비교하면 화사한 아로마가 더욱 매력적인 와인이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라 크로우(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La Crau) 2021
플래그십 와인으로, 더욱 강한 힘과 밀도 있는 구조감을 보여준다. 검은 과실 느낌이 더욱 강하고 화사한 꽃향보다는 더 진하면서도 복합적인 향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바롤로에서 서쪽 세라룽가 달바 부근 와인이 더욱 강건하고 동쪽 라 모라 부근 와인의 아로마가 더 향긋한데, 비슷한 느낌을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도 서쪽 라 크로우와 동쪽 피에롱에서 받을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2024년 100대 와인 중 7위에 선정된 바 있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라 크로우 블랑(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La Crau Blanc) 2021
연간 25,0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화이트 와인으로, 가문이 오래전부터 라 크로우에서 심은 4가지 화이트 품종을 블렌드해 만든다. 작은 배럴에서 바토나주를 자주 수행해 풍미를 살렸다. 샤토네프 뒤 파프의 토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이트 와인도 나오는데, 이 와인도 그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첫 향부터 허니서클이 가득 덮여 있는 하얀 꽃밭이 연상되며 자몽, 배 등 과실 향이 뒤따른다. 맛에서도 미네랄리티와 복합미가 가득하다. 블렌딩의 미학이 느껴진다. 니콜라는 이 와인이 산도가 좋아 다양한 음식과 매칭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의 와인은 별다른 음식 없이 와인만 감상하며 마시고 싶어진다. 4가지 레드 와인 다음에 나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와인을 생산하는 남부 론 지도. 동북쪽에 지공다스도 확인할 수 있다 (제공: 에노테카 코리아)]
프랑스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들 대부분은 가문의 이름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사용하곤 한다. 니콜라 브루니에는 '오래된 전신'이라는 프랑스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한 데 대해 이런 이름이야말로 와이너리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비유 텔래그라프 이름에는 이전 세대부터 내려오고 있는 모든 지식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지식을 잘 전수받고 향상시키고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브루니에'라는 가문의 이름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테루아를 제대로 표현하는 와인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와인 애호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우리의 메시지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20439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적군이 출현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봉화' 시스템을 사용했다. 산 위 봉화대 아궁이에 불을 때며 적군이 얼마나 가까이 왔느냐에 따라 횟수를 달리해 신호를 전했다. 가장 북쪽인 함경도에서 한양까지 메시지가 전달되는 데 약 12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니 상당히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 시스템이었다. 이런 방식은 전 세계에서 사용됐고 오랫동안 발전했다. 1792년 프랑스에서 클로드 샤프(Claude Chappe)가 발명한 텔레그라프(Telegraph)는 모든 알파벳과 숫자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사용될 정도로 널리 퍼졌다. 텔레그라프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통신 수단의 발전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1891년 프랑스 남부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브루니에(Brunier) 가문이 조성하기 시작한 포도밭에는 샤프의 텔레그라프 타워가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발전된 시스템이 나온지라 이 타워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에 브루니에 가문은 와이너리 이름을 '오래된 전신'이라는 뜻의 '비유 텔레그라프(Vieux Télégraphe)'로 지었다.
['오래된 전신'이라는 뜻의 비유 텔레그라프. 라벨에도 전신탑이 그려져 있다 (제공: 에노테카 코리아)]
봉화대도 그렇지만 텔레그라프 타워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나 고원지대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브루니에 가문의 포도밭 또한 높은 고원인 라 크로우(La Crau)에 있었는데, 이 고원은 현재까지도 샤토네프 뒤 파프 최고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조약돌인 갈레(Galets)가 가득 덮여있지만 그 아래에는 적당량의 황토가 있다. 또한 미스트랄 등의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 바람이 포도에 곰팡이나 바이러스의 피해를 막아주기도 한다. 뜨겁기로 유명한 이 지역의 열기도 상대적으로 식혀준다.
라 크로우에서 생산하는 비유 텔레그라프의 와인은 오랫동안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는 가문의 6세대가 가업을 이어받아 가족 와이너리로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10일, 브루니에 가문의 6대손으로 현재 CEO를 맡고 있는 니콜라 브루니에(Nicolas Brunier)와 함께 비유 텔레그라프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이번 테이스팅은 국내 수입사인 에노테카코리아가 마련했다.
[비유 텔레그라프 CEO, 니콜라 브루니에]
비유 텔레그라프의 가장 큰 특징은 라 크로우라는 뛰어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양조 방식에서도 다른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이너리와 구별된다. 첫째, 와인에 새 오크의 뉘앙스를 최소화한다. 만일 새 오크를 써야 한다면 오히려 엔트리급 와인에서 사용하고, 플래그십 와인에서는 사용한 오크 혹은 커다란 푸드르를 사용한다. 6천 리터의 거대한 푸드르도 양조에 사용하고 있다. 라 크로우 테루아의 뛰어난 개성을 와인에 잘 표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오크 뉘앙스는 테루아가 아닌 나무 배럴에서 만들어지는 아로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포도나무 줄기를 양조에 상당히 많은 분량인 40% 가량 사용한다는 점이다. 줄기 또한 포도나무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또한 테루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줄기를 잘못 사용하면 와인에 채소 같은 향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된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이렇게 줄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수령이 70년 이상인 포도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고령의 포도나무 줄기에서는 미묘한 허브 향이나 와인에 복합성을 더하는 다양한 뉘앙스가 표현된다.
긴 추출 시간 또한 비유 텔레그라프의 중요한 특징이다. 6-10일 정도의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에는 품종에 따라 무려 25-35일 동안 와인을 가만히 놓아두고 자연스러운 추출이 일어나게 한다. 이렇게 긴 시간 추출하면 타닌 등 너무 많은 성분이 추출돼 와인이 너무 강해질 위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가문에서 내려온 기술력으로 추출 시 온도 조정을 섬세하게 하고, 양조 시설에 중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자연스럽게 추출이 이뤄지게 한다.
포도 선별 과정을 수확할 때 포도밭에서 한 번, 와이너리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발효 직전에서 한 번 총 3번 수행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양조에 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위로 원하는 품질의 줄기와 함께 포도를 자르는데, 최대한 좋은 품질의 포도만 사용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조 방식 하나하나가 고유의 와인 스타일을 만든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샤토네프 뒤 파프를 상징하는 와인으로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다.
니콜라 브루니에는 현재 CEO을 맡고 있으면서 누나, 사촌과 함께 모든 양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5세대인 아버지와 삼촌에게 전통을 배우며 가문의 와인 양조 방식을 지키고 있다. 물론 젊은 와인메이커로서 디테일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개선을 시도하고 있어 와인의 품질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5종의 비유 텔레그라프 와인들]
레 파이에르 지공다스 레 테라스 뒤 디아블(Les Pallieres Gigondas 'Les Terrasse du Diable') 2021
브루니에 가문은 샤토네프 뒤 파프 북동쪽에 위치한 지공다스(Gigondas)에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랜 추출 및 줄기 사용 등 동일한 양조 방식을 사용해 오직 테루아의 차이만 보여주고자 하는 비유 텔레그라프의 철학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그르나슈의 특징인 바이올렛 향과 함께 자두와 체리 향이 달콤하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은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지만 숙성잠재력도 상당해 보인다. 와인 이름은 '악마의 테라스'라는 뜻인데, 포도밭이 워낙 경사도가 높은 곳에 있어 예전부터 이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텔레그램(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Telegramme) 2021
'전보'라는 이름의 와인으로, 상대적으로 어린 포도로 만든다. 포도 줄기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줄기는 모두 제거한다. 비유 텔레그라프의 입문용으로 가장 추천하는 와인으로 테루아에서 오는 하얀 꽃, 체리, 딸기 등 붉은 과실의 맛이 잘 표현돼 어릴 때도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와인에 지배적인 향이 있는데, 가리그라고 불리는 덤불향으로 남부 론 와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피에롱(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Piedlong) 2021
피에롱(Piedlong)은 라 크로우에서 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또 다른 고원이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아래 토양의 성분이 달라 상당히 다른 풍미의 와인이 나온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자랑하는 또 다른 와인으로, 바이올렛을 비롯한 꽃향이 드라이하면서도 풍부하다. 라 크로우와 비교하면 화사한 아로마가 더욱 매력적인 와인이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라 크로우(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La Crau) 2021
플래그십 와인으로, 더욱 강한 힘과 밀도 있는 구조감을 보여준다. 검은 과실 느낌이 더욱 강하고 화사한 꽃향보다는 더 진하면서도 복합적인 향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바롤로에서 서쪽 세라룽가 달바 부근 와인이 더욱 강건하고 동쪽 라 모라 부근 와인의 아로마가 더 향긋한데, 비슷한 느낌을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도 서쪽 라 크로우와 동쪽 피에롱에서 받을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2024년 100대 와인 중 7위에 선정된 바 있다.
비유 텔레그라프 샤토네프 뒤 파프 라 크로우 블랑(Vieux Telegraphe Chateauneuf du Pape La Crau Blanc) 2021
연간 25,0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화이트 와인으로, 가문이 오래전부터 라 크로우에서 심은 4가지 화이트 품종을 블렌드해 만든다. 작은 배럴에서 바토나주를 자주 수행해 풍미를 살렸다. 샤토네프 뒤 파프의 토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이트 와인도 나오는데, 이 와인도 그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첫 향부터 허니서클이 가득 덮여 있는 하얀 꽃밭이 연상되며 자몽, 배 등 과실 향이 뒤따른다. 맛에서도 미네랄리티와 복합미가 가득하다. 블렌딩의 미학이 느껴진다. 니콜라는 이 와인이 산도가 좋아 다양한 음식과 매칭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사실 이 정도 수준의 와인은 별다른 음식 없이 와인만 감상하며 마시고 싶어진다. 4가지 레드 와인 다음에 나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유 텔레그라프가 와인을 생산하는 남부 론 지도. 동북쪽에 지공다스도 확인할 수 있다 (제공: 에노테카 코리아)]
프랑스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들 대부분은 가문의 이름을 와이너리 이름으로 사용하곤 한다. 니콜라 브루니에는 '오래된 전신'이라는 프랑스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한 데 대해 이런 이름이야말로 와이너리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말했다. “비유 텔래그라프 이름에는 이전 세대부터 내려오고 있는 모든 지식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지식을 잘 전수받고 향상시키고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브루니에'라는 가문의 이름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테루아를 제대로 표현하는 와인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와인 애호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우리의 메시지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www.wine21.com/11_news/news_view.html?Idx=20439